티스토리 뷰

명탐정 코난: 하이웨이의 타천사

 

신규 캐릭터가 주연이라고 해서 극장판이 재미없었던 적, 있으셨습니까? 저는 솔직히 이번 《명탐정 코난: 하이웨이의 타천사》 발표됐을 때 그 걱정이 먼저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레이싱 액션 연출만으로도 충분히 극장까지 갈 이유가 됐고, 여기에 야마자키 와카나 성우님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단순한 극장판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습니다.



와카나 성우님의 마지막, 그 무게감

 

이번 극장판을 단순히 "재밌는 애니 영화" 한 편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가 있습니다. 코난 시리즈에서 모리 란의 목소리를 맡아온 야마자키 와카나 성우님이 2026년에 별세하셨고, 극장판 29기 《하이웨이의 타천사》가 그분의 마지막 작품으로 기록됩니다.

성우 교체(캐스팅 체인지)란, 오리지널 성우가 건강·은퇴·별세 등의 이유로 더 이상 역할을 맡을 수 없게 됐을 때 새로운 성우가 동일 캐릭터를 이어받는 것을 말합니다. 코난 팬덤에서는 이번 교체가 특히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와카나 성우님이 1996년 방영 시작부터 약 30년 가까이 란을 연기해 오셨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들어온 목소리라 교체 소식을 접했을 때 꽤 오랫동안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

후임으로는 원피스의 나미 성우로도 잘 알려진 오카무 아케미 성우님이 란을 이어받습니다. 베테랑 성우이신 만큼 연기력 자체를 걱정하는 분들은 많지 않지만, "우리가 알던 란의 목소리"는 이제 이 작품에서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포인트입니다. 이번 극장판의 주연이 치아야, 주고, 그리고 란으로 알려진 만큼 와카나 성우님의 연기를 가장 풍부하게 담은 작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빙 버전을 주로 보시는 분들도 이번만큼은 자막판으로 먼저 관람하시고, 이후 더빙판으로 한 번 더 즐기는 방식을 제가 직접 권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자막판과 더빙판을 모두 경험하면 같은 장면에서 전혀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거든요. 이건 제 경험상 코난 극장판에서 유독 효과적인 감상 방법입니다.

  • 야마자키 와카나 성우님: 1996년부터 모리 란 역, 극장판 29기가 마지막 작품
  • 후임 성우: 오카무 아케미 (원피스 나미 역으로 유명한 베테랑)
  • 이번 극장판 주연: 하기와라 치아야, 요코미조 주고, 모리 란
  • 자막판 우선 관람 후 더빙판 재관람을 권장하는 이유: 와카나 성우님의 연기를 최대한 체감하기 위해
 
 
요약: 극장판 29기는 야마자키 와카나 성우님의 유작이자 30년 가까이 이어온 란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는 작품으로, 팬이라면 자막판으로 반드시 챙겨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치아야와 하기와라, 그 이름이 왜 중요한가

 

이번 극장판에서 핵심 축을 담당하는 하기와라 치아야라는 캐릭터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낯설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치아야의 이름을 자세히 보면, 성이 '하기와라'입니다. 7년 전 연쇄 폭파 사건으로 순직한 경찰관 하기와라 켄지와 같은 성이죠. 치아야는 그 켄지의 누나입니다.

할로윈 신부(극장판 25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치아야는 이미 그 작품의 쿠키 영상에 등장했고 코난과의 인연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암시했습니다. 제가 직접 그 장면을 다시 돌려보면서 확인했는데, 코난이 치아야를 처음 봤을 때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빛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어릴 적 만났던 켄지와의 기억이 겹치는 듯한 연출이었습니다. 이 복선이 29기에서 본격적으로 풀린다는 점에서 팬 서비스 밀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캐릭터 서사(캐릭터 아크, character arc)란 한 캐릭터가 작품 전체를 통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구조적 흐름을 말합니다. 치아야의 경우 동생의 죽음에서 시작해 코난과의 재회, 마지막 선택까지 이어지는 아크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극장판은 단순 액션물이 아닌 캐릭터 드라마의 성격도 지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여기서 레이싱 액션 연출이 그 감정선을 오히려 더 선명하게 만들어준다고 봤습니다.

작화 변화 역시 이번 극장판에서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아오야마 고쇼 작가가 예고편 이후 직접 수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출처: 명탐정 코난 극장판 공식 사이트), 제가 예고편과 실제 상영본을 비교해봤을 때 얼굴 선이 더 정교해지고 채색이 자연스러워진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작화 퀄리티 개선(quality improvement)은 통상 감독 또는 원작자의 강한 개입이 있을 때 발생하는데, 이번에는 원작자가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작품에 대한 애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코난 시리즈의 극장판 흥행 추이를 보면, 최근 작품들은 경찰 동기조나 특정 캐릭터의 과거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이 패턴이 꿀잼이 될지 아니면 식상함으로 이어질지는 보는 분마다 다를 수 있는데, 저는 적어도 치아야와 켄지의 이야기만큼은 할로윈 신부부터 착실하게 쌓아온 서사가 있어 설득력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요약: 하기와라 치아야는 극장판 25기부터 복선이 깔린 캐릭터로, 29기에서 그 서사가 본격적으로 마무리되며 작화 개선과 함께 완성도 높은 캐릭터 드라마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코난 극장판 29기를 보려면 이전 작품을 다 알아야 하나요?

A.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액션 중심으로 즐기신다면 단독으로 보셔도 무방합니다. 다만 치아야와 하기와라 켄지의 관계, 코난과의 인연을 제대로 느끼고 싶으시다면 극장판 25기 《할로윈의 신부》를 먼저 보시는 것이 훨씬 풍부한 감상을 줍니다. 제 경험상 이 한 편만 선행 시청해도 감동의 밀도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Q. 야마자키 와카나 성우님 이후 란의 목소리가 바뀌면 어색하지 않을까요?

A.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의견이 많은데, 오카무 아케미 성우님의 경력과 역량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만 와카나 성우님의 목소리에 30년 가까이 익숙해진 분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건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감정 반응에 가깝습니다.

 

Q. 극장판 29기 작화가 이전 작과 다르다는 게 정말인가요?

A. 제가 예고편과 실제 상영본을 직접 비교해봤을 때 차이가 있었습니다. 아오야마 고쇼 작가가 직접 수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얼굴 선의 정교함과 채색 자연스러움이 개선된 느낌이었습니다. 눈에 익숙한 분이라면 첫 장면부터 체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Q. 더빙판과 자막판 중 뭘 먼저 보는 게 좋을까요?

A. 이번만큼은 자막판을 먼저 권하고 싶습니다. 와카나 성우님의 마지막 연기를 원어로 먼저 경험하고, 이후 더빙판으로 다시 보시면 같은 장면에서 두 가지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빙을 주로 보시는 분들도 이번 한 번은 자막판을 시도해 보실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신규 캐릭터 주연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들어갔다가, 기대 이상의 완성도에 솔직히 놀랐습니다. 레이싱 액션 연출의 밀도, 아오야마 작가가 직접 손본 작화, 그리고 할로윈의 신부부터 이어진 치아야의 서사까지. 어느 하나 허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은 야마자키 와카나 성우님의 마지막 극장판이라는 점에서 코난 팬이라면 다른 이유가 없어도 극장에 가야 할 작품입니다. 더빙판을 주로 즐기셨더라도, 자막판으로 한 번, 그리고 더빙판으로 한 번 더. 두 번 즐기실 것을 저는 진심으로 권하고 싶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KQ94YmdCI0&t=60s